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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 닭갈비의 유래를 두고 "1960년대에 시작됐다"라고 단정하는 이야기가 널리 퍼져 있는데, 실제로는 닭불고기나 닭볶음탕에서 비롯됐다는 설이 함께 존재합니다. 어느 쪽이 정확한지는 저도 확신하기 어렵습니다. 다만 한 가지는 분명합니다. 커다란 철판 하나를 사이에 두고 여러 사람이 둘러앉는 그 방식이, 닭갈비를 단순한 한 끼 식사 이상으로 만들어 준다는 것입니다.
유래, 하나로 단정할 수 없는 이야기
일반적으로 닭갈비는 1960년대 강원도 춘천에서 탄생한 음식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소갈비(牛肋骨 구이)는 당시 서민이 자주 먹기 어려운 가격대였고, 닭고기를 비슷한 방식으로 양념해 철판에 볶으면서 '닭갈비'라는 이름이 붙었다는 것이 통설입니다. 그런데 저는 이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 때 한 가지가 걸렸습니다. 닭불고기나 닭볶음탕처럼 비슷한 조리 방식이 이미 존재했다는 점에서, 춘천 기원설 하나로만 설명하기에는 근거가 얇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음식 역사 연구자들 사이에서도 닭갈비의 정확한 발원지와 시기를 두고 견해가 엇갈립니다. "춘천이 원조"라고 보는 시각도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춘천이 닭갈비를 전국적으로 알린 거점 도시라는 표현이 더 정확하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춘천에는 닭갈비 전문 골목이 조성되어 있고, 한국관광공사 대한민국 구석구석에서도 춘천을 닭갈비 대표 여행지로 소개하고 있습니다. 어쨌든 지금 우리가 먹는 철판 닭갈비의 형식이 춘천에서 정착되고 퍼져 나간 것은 사실입니다.
향토 음식(鄕土飮食)이란 특정 지역의 식재료와 조리 전통이 결합해 그 지역을 대표하게 된 음식을 말합니다. 닭갈비는 이 개념에 꽤 잘 들어맞습니다. 강원도의 닭 수급 환경, 매운 양념 문화, 넓은 철판을 사용하는 조리 방식이 맞물려 하나의 음식 정체성을 만들어 냈으니까요.
조리법, 순서가 맛을 결정합니다.
닭갈비 조리에서 가장 많이 간과되는 것이 숙성(熟成)입니다. 숙성이란 양념이 재료 속으로 충분히 스며들도록 일정 시간을 두는 과정을 말합니다. 최소 30분이라고 레시피에 적혀 있지만, 제가 직접 해봤을 때 냉장고에서 2시간 이상 재운 닭고기와 30분 재운 닭고기는 맛의 깊이가 확연히 달랐습니다. 바쁜 날 30분짜리로 만든 적이 있는데, 솔직히 이건 예상 밖으로 맛이 밋밋했습니다.
재료를 넣는 순서도 중요합니다. 고구마처럼 밀도가 높고 익는 데 시간이 걸리는 재료는 먼저, 깻잎처럼 열에 금방 숨이 죽는 재료는 마지막에 넣어야 각 재료의 식감이 살아납니다. 4인분 기준으로 정리하면 아래 순서가 제 경험상 가장 안정적이었습니다.
- 양념한 닭다리살(800g)을 먼저 철판에 올려 중불에서 겉면이 익을 때까지 볶습니다.
- 양배추(400g), 양파(1개), 고구마(1개)를 넣고 채소의 수분이 양념과 어우러지도록 함께 볶습니다.
- 고구마가 거의 익으면 떡볶이 떡(200g)과 대파(1대)를 추가합니다.
- 마지막에 깻잎(20장)을 넣고 참기름을 두른 뒤 마무리합니다.
- 닭갈비를 거의 다 먹은 후 남은 양념에 밥, 김가루, 참기름을 넣어 볶음밥으로 마무리합니다.
한 가지 꼭 짚고 싶은 부분이 있습니다. 닭고기의 중심 온도는 반드시 75°C 이상으로 완전히 익혀야 하며, 생닭을 다룬 칼이나 도마는 채소 손질에 그대로 사용하면 안 됩니다. 교차오염(Cross-Contamination)이란 하나의 식재료에 있던 세균이 다른 식재료로 옮겨가는 현상을 말하는데, 닭고기는 살모넬라균 등 식중독 원인균의 주요 경로이기 때문에 도구 구분이 필수입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도 가금류 조리 시 이 점을 특히 강조하고 있습니다(출처: 식품의약품안전처). 레시피 글에서 이 부분을 빠뜨리는 경우가 많아 저는 늘 아쉽게 생각했습니다.
매콤한 양념이 강하게 느껴질 때는 깻잎을 함께 먹거나 동치미를 곁들이면 균형이 잡힙니다. 제 경험상 이 조합이 생각보다 훨씬 효과적이었습니다. 단순히 맵기를 중화하는 게 아니라, 깻잎의 향이 닭고기 특유의 잡내를 잡아주는 역할도 합니다.
한국 식문화, 공동체성이 핵심입니다.
닭갈비를 먹으면서 제가 가장 인상적으로 느끼는 것은 따로 나온 음식을 각자 먹는 방식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커다란 철판 하나를 모두가 바라보며 기다리고, 익은 재료를 서로 앞접시에 덜어 주는 그 과정 자체가 식사의 일부입니다. 이것을 단순히 "정이 있다"라고 표현하는 분들도 있는데, 저는 조금 더 구체적으로 보고 싶습니다. 닭갈비 식사는 기다림을 공유하는 구조를 갖고 있습니다. 음식이 동시에 나오는 것이 아니라 철판 위에서 서서히 완성되기 때문에, 그 시간 동안 자연스럽게 대화가 이어집니다.
공동체성(共同體性)이란 여러 사람이 같은 경험을 나누며 유대감을 형성하는 성질을 말합니다. 닭갈비는 이 공동체성을 음식 자체의 구조 안에 내장하고 있습니다. 개인 접시로 나뉘는 순간 이미 철판의 의미가 반감된다는 느낌이 드는 건 저만의 생각은 아닐 것입니다.
볶음밥 문화도 이와 연결됩니다. 볶음밥을 마무리 과정으로 즐기는 것은 음식을 끝까지 남기지 않겠다는 태도이기도 하지만, 한 끼를 함께 완성한다는 감각에 더 가깝습니다. 제가 경험한 닭갈비 식사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언제나 마지막 볶음밥이었습니다. 바닥에 살짝 눌어붙은 누룽지(焦飯)까지 긁어 나눠 먹을 때, 그제야 한 끼가 완전히 마무리된 느낌이 들었습니다. 누룽지란 밥이 솥이나 철판 바닥에 눌어붙어 구워진 부분을 말하는데, 한국에서는 예로부터 별미로 여겨 왔습니다.
K-Food라는 용어가 자주 쓰이는데, K-Food란 한국의 음식 문화가 국제적으로 확산되면서 생겨난 개념으로 단순히 레시피가 아니라 먹는 방식과 문화까지 포함합니다. 닭갈비가 그 대표 사례로 자주 거론되는 것은, 음식 자체의 맛과 함께 철판을 둘러싼 식사 방식이 외국인들에게도 인상적인 경험으로 남기 때문일 것입니다. "외국인에게 인기가 많다"는 표현을 근거 없이 반복하는 것은 저도 경계하는 편이지만, 관광 통계나 현장 분위기를 보면 춘천 닭갈비 골목을 찾는 외국인 방문객이 실제로 늘고 있는 것은 부정하기 어렵습니다.
닭갈비의 유래를 하나로 단정짓기보다, 여러 이야기가 겹쳐 있음을 인정하는 것이 이 음식을 더 정직하게 바라보는 방식이라고 생각합니다. 레시피도 마찬가지입니다. 숙성 시간과 식품 안전 정보까지 함께 챙겨야 진짜 맛있고 안전한 닭갈비가 완성됩니다. 춘천을 여행할 기회가 생긴다면 닭갈비 골목에서 직접 철판을 마주해 보시길 권합니다. 설명보다 그 자리에서 느끼는 공동체 감각이 훨씬 강렬합니다.
참고: https://korean.visitkorea.or.kr/detail/rem_detail.do?cotid=af777ab3-69df-4bf9-97e2-6d9fa31e2b7a
출처: 한국관광공사 대한민국 구석구석, 「1960년대부터 서민 입맛 사로잡은 춘천 닭갈비」 한국관광공사 닭갈비 여행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