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상담
상담실 문을 열고 들어오신 어르신이 서류를 다 쓰고 나서 도장을 꺼내시는 순간, 저는 속으로 아찔했습니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는 도장이 아닌 본인 직접 서명만 인정되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결심을 굳게 다지고 오셨다가 사소한 부분을 몰라서 헛걸음하시는 분들을 보며, 제가 직접 현장에서 겪은 이야기를 나눠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상담실에서 매일 마주하는 어르신들의 진심
저는 현재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등록기관에서 상담사로 일하고 있습니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란 본인이 임종 과정에 있을 때 심폐소생술, 인공호흡기 착용 등 연명의료(延命醫療)를 받을지 여부를 미리 결정해두는 법적 문서입니다. 쉽게 말해, 죽음을 앞둔 순간에도 '내 삶의 마지막은 내가 결정하겠다'는 의지를 미리 적어두는 것입니다.
이 일을 시작하고 나서 제가 가장 먼저 느낀 건, 어르신들이 이 서류를 쓰러 오시는 이유가 생각보다 훨씬 깊다는 점이었습니다. "아이들한테 짐이 되기 싫어서요"라는 말을 하루에도 몇 번씩 듣습니다. 당신의 고통보다 자녀들의 부담을 먼저 걱정하시는 모습을 보면, 저도 자녀 입장에서 가슴이 뭉클해질 때가 한두 번이 아닙니다.
이 제도는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법률」, 줄여서 연명의료결정법(延命醫療決定法)에 근거합니다. 연명의료결정법이란 개인이 스스로 연명치료 여부를 결정할 수 있도록 법적 절차와 효력을 보장하는 법률로, 2018년 2월부터 시행되었습니다. 이 법에 따라 등록된 의향서는 보건복지부와 국립연명의료관리기관이 공동으로 관리하는 국가 시스템에 공식 등재되며 법적 효력을 갖습니다.(출처: 국립연명의료관리기관)
그만큼 작성 과정 하나하나가 엄격하게 정해져 있습니다. 큰 결심을 하고 오셨다가 절차상 요건을 몰라 발걸음을 돌리시는 분들을 볼 때마다 저는 참 안타깝습니다. 그래서 제가 현장에서 직접 겪으면서 가장 자주 목격한 실수들을 정리해드리고 싶었습니다.
현장에서 가장 많이 보는 실수 세 가지
상담사로 일하면서 제가 직접 겪어보니, 대부분의 어르신들이 비슷한 지점에서 막히십니다. 어디서 따로 안내를 받지 않으셨다면 누구든 모를 수 있는 부분들입니다. 방문 전에 아래 세 가지만 확인하셔도 당일 등록을 무사히 마치실 수 있습니다.
- 실물 신분증 미지참: "스마트폰에 찍어둔 사진이 있는데요"라고 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주민등록증, 운전면허증, 여권 등 국가에서 발급한 유효한 실물 신분증이 없으면 본인 확인 자체가 불가능해 상담과 등록이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집을 나서기 전, 지갑 속 신분증을 반드시 확인하십시오.
- 자녀나 배우자의 대리 내방: "어머니 거동이 불편하셔서 제가 대신 왔어요"라며 효심 가득한 자녀분들이 오시는 경우가 있습니다. 하지만 자기결정권(自己決定權), 즉 본인 스스로 의사를 확인하고 표명하는 권리가 이 제도의 핵심이기 때문에 그 어떤 대리인도 대신할 수 없습니다. 거동이 어려우신 경우에는 출장 상담이 가능한 기관이 있으니 미리 전화로 확인하시는 것을 권장합니다.
- 도장 날인 시도: 인감도장을 꺼내시는 분들도 계십니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의 최종 확인은 자필서명(自筆署名), 다시 말해 본인이 직접 정자로 쓴 서명 또는 지장(손가락 도장)으로만 법적 효력이 인정됩니다. 자필서명이란 본인의 손으로 직접 이름을 적는 행위를 뜻하며, 손이 떨리더라도 본인이 직접 써야 합니다. 자녀가 이름을 대신 써드리는 것도 허용되지 않습니다.
세 번째 항목에서 저는 특히 마음이 쓰입니다. 손이 많이 떨리시는 어르신께서 비뚤비뚤하게 이름을 써 내려가시는 걸 옆에서 지켜볼 때, 그 서명이 어떤 계약서보다 묵직하게 느껴집니다. 그 떨리는 손이 만들어낸 글씨 하나하나에 당신의 의지와 사랑이 담겨 있다는 걸, 상담사로서 매일 확인하고 있습니다.
보건복지부 공식 안내에 따르면, 등록 가능한 기관은 전국 지정 등록기관으로 한정되며 해당 기관 목록은 국립연명의료관리기관 홈페이지에서 검색하실 수 있습니다.(출처: 보건복지부) 방문 전 등록기관 지정 여부를 미리 확인하시는 것도 헛걸음을 줄이는 방법입니다.
방문 전 이것만 챙기면 당일 등록 완료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단순히 "서류 하나 쓰러 간다"고 가볍게 생각하고 오셨다가 낭패를 보시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습니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는 법적 효력(法的 效力)을 갖는 공식 문서입니다. 법적 효력이란 해당 문서가 국가 시스템에 등재되어 실제 의료 현장에서 의사들이 반드시 이를 준수해야 하는 구속력을 갖는다는 의미입니다. 그러니 작성 과정도 그에 맞게 엄격할 수밖에 없습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처음 이 일을 시작했을 때는 저도 "이 정도 서류야 어렵지 않겠지"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보니 거의 매일 한두 분씩은 아쉽게 돌아가셨습니다. 그래서 저는 상담 전 대기하시는 분들께 간략하게 미리 안내를 드리는 습관이 생겼습니다. 그 안내의 핵심을 여기 그대로 옮겨드립니다.
방문 당일 챙겨야 할 필수 요건을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첫째, 실물 신분증은 주민등록증·운전면허증·여권 중 하나를 꼭 지참하십시오. 둘째, 반드시 본인이 직접 내방하셔야 하며 대리인은 절대 안 됩니다. 셋째, 서명은 직접 자필로 하시거나 지장을 찍으셔야 하고 도장은 인정되지 않습니다. 이 세 가지는 어떤 경우에도 예외가 없습니다.
호스피스 완화의료(Hospice Palliative Care)를 이미 이용 중이신 분들은 해당 기관에서 직접 의향서를 작성하실 수도 있습니다. 호스피스 완화의료란 말기 환자와 그 가족을 대상으로 통증 완화와 심리적 지지를 제공하는 의료 서비스를 뜻하며, 이 경우 별도 등록기관 방문 없이 처리가 가능하니 담당 의료진에게 먼저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삶의 마지막을 스스로 준비하는 일은 쉽지 않은 결심입니다. 그 결심이 절차 하나 때문에 무산되지 않도록, 이 글이 작은 길잡이가 되었으면 합니다. 등록기관 위치와 출장 상담 가능 여부는 국립연명의료관리기관 홈페이지에서 확인하실 수 있으며, 가까운 기관을 찾는 방법은 다음 글에서 자세히 안내해드리겠습니다.
이 글은 상담사로서 현장에서 겪은 경험과 개인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법률 또는 의료 조언이 아닙니다. 개별 상황에 따라 적용 내용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구체적인 사항은 반드시 공식 등록기관이나 담당 상담사에게 직접 문의하시기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