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퇴직을 하고 재취업 준비를 하던 시기, 저는 생각보다 자주 이런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졌습니다. "나는 이제 무엇으로 나를 설명해야 하지?" 그러다 극장에서 본 가 그 질문에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답을 건네줬습니다. 화려한 액션보다 모두에게 잊힌 채 혼자 살아가는 피터 파커의 모습이 훨씬 깊게 남은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었습니다.자아 정체성(Self-Identity): 역할이 사라졌을 때 남는 것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마블 영화를 보러 간다는 건 보통 통쾌한 액션과 위트 있는 대사를 기대한다는 뜻인데, 저는 영화가 끝나고 나서도 피터 파커가 빈 방에 홀로 앉아 있는 장면이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았습니다.자아 정체성(Self-Identity)이란 자신이 누구인지에 대한 일관된 인식과 감각을 의미..
사랑이 완성되지 않았는데 더 오래 기억에 남는 영화가 있습니다. 왕가위 감독의 가 딱 그렇습니다. 처음 봤을 때는 답답하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는데, 세월이 좀 지나고 다시 보니 그 답답함이 사실은 제 마음 안에 있던 무언가를 건드리고 있었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절제된 사랑, 아름다운 건지 억압인지영화 속 추와 수리첸은 각자의 배우자로부터 배신당한 뒤 서로에게 마음이 기울어집니다. 그런데 두 사람은 끝내 그 마음을 밖으로 꺼내지 않습니다. 절제(節制), 쉽게 말해 감정을 스스로 억누르고 행동으로 옮기지 않는 것입니다. 이 절제가 에서는 미덕처럼 묘사되는데, 저는 영화를 보면서 여기에 조금 물음표를 달게 됐습니다.사랑한다는 마음과 그것을 표현하는 것은 분명 다른 문제입니다. 그런데 두 사람이 감정을 억누른 ..